한자가 본격적으로 유입·전파된 것은 삼국이 자리잡은 6∼7세기 무렵으로 중국과 외교문서가 오고간 기록이 있고, 한자로 기록된 명문(銘文)·탑기(塔記) 등이 현존하여 이 무렵에는 이미 지배층 사회에 한자가 일반화되어 있었던 것으로 여겨집니다.
이 시기의 한자사용에 대해 알 수 있는 예로는 414년(장수왕 2) 건립되어 현재까지 남아 있는 광개토왕비문(廣開土王碑文), 신라 왕호를 거서간(居西干)·차차웅(次次雄)·이사금(尼師今)·마립간(麻立干) 등으로 한자의 음을 빌어 표기한 것 등입니다. 이와 같이 한자의 음훈을 빌어 한국어를 표기하는 이른바 차자표기법(借字表記法)이 일찍이 창출되었고, 이것이 더욱 확대되어 경서(經書)의 독법에 따른 현토(懸吐)·구결(口訣) 표기 및 서리(胥吏)의 사무용어인 이두(吏讀) 등이 발달하게 되었습니다.
이 한자의 한국적 사용법은 독특한 글자를 만들어냈는데 속자(俗字) 또는 한국한자가 그것입니다. 예를 들면 이두에서 전용된 따뿐·며·조(召) 등과 같은 한자뿐 아니라, 관부(官簿)·군적(軍籍)·공사문부(公私文簿)에 쓰이던 따태(太;콩)·끝(印)·탈·도(刀)·답(畓)딱 등과 같은 한자가 있으며, 고유명사를 표기하기 위해 만들어진 따걱·돌·쇠·갈·묠딱 등과 같은 한자가 있습니다. 삼국시대·고려시대·조선시대를 거쳐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으로 한국 고유 문자인 한글을 창제하기 이전에는 한자가 한국인의 사상·감정을 표현하거나 행정·사무상 쓰인 유일한 문자였고, 그 뒤 오늘날까지도 한글과 함께 한국 언어표기의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.